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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X' 간에 새긴 이니셜, 실제로 남을 수 있을까?... 간 재생의 비밀 [헬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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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7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4회에서는 외과의사 계수정(김지원 분)이 응급 수술 중 환자의 간 표면에서 이니셜 'd.n' 모양의 흉터를 발견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과거 다른 의사가 집도하며 고의로 남긴 자국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간은 생체 이식이 가능할 정도로 일부를 잘라내도 스스로 부피와 기능을 회복하는 장기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재생 과정을 거치는 간 표면에 과거의 수술 흔적이 글자 형태까지 유지한 채 남아 있는 것이 실제 임상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외과 정재환 교수(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의 도움말로 드라마 속 설정의 의학적 타당성과 간이 재생되는 원리를 알아본다. 나아가 특수한 외과적 수술 흉터와 달리, 만성 질환으로 인해 간 조직 전반에 흉터가 쌓이며 재생 능력까지 떨어뜨리는 '간섬유화'와 '간경변'의 위험성도 짚어본다.

간 재생, 남은 조직이 커지는 것... "수술 흉터 남을 수 있어"
드라마 장면 속 의문을 풀려면 간이 어떻게 재생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정재환 교수에 따르면 간 절제술이나 생체 간 기증으로 간 일부를 제거하면, 남은 간 조직에서 재생을 촉진하는 여러 신호가 활성화된다. 남은 조직으로 흐르는 혈액량이 늘고 다양한 성장인자가 작용한다. 이 자극으로 기존 간세포가 커지거나 분열해 수가 늘어난다. 혈관과 담관의 구조도 이에 맞춰 바뀌면서 간의 부피와 함께 단백질 합성, 대사, 해독 같은 주요 기능이 점차 회복된다. 건강한 간은 대체로 수술 후 2~3개월에 걸쳐 부피를 상당 부분 회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잘라낸 부분이 원래 모양대로 다시 자라는 것은 아니다. 남은 조직이 커져 줄어든 부피와 기능을 보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간이 재생되더라도 절제면이나 손상된 표면에는 흉터가 남을 수 있다. 얕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흔적이 옅어지거나 사라질 수 있지만, 깊은 상처에 섬유성 흉터가 생기면 흔적이 오래 남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이니셜도 남을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간 표면에 흉터 자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글자의 형태까지 뚜렷하게 유지된다는 설정은 실제 임상에서 확인된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간 섬유화, 간 질환 등으로 간 조직 전반에 흉터 쌓이는 것... "수술 흉터와는 달라"
수술 흉터는 손상된 부위가 아물면서 그 자리에 남는 변화다. 남은 정상 조직이 기능을 보충하므로 대개 간 전체의 기능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평소 주의해야 할 것은 간 조직 전반에 흉터가 쌓이는 간섬유화다.

음주와 지방간, 만성 바이러스간염 등으로 간세포의 손상과 염증이 반복되면 섬유화가 생긴다. 정재환 교수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간 안의 '간성상세포'가 활성화되고 콜라겐 같은 섬유성 물질이 과도하게 쌓이면서 그 영향이 점차 간 조직 전반으로 퍼진다. 수술 흉터가 특정 부위에 남는 것과 달리, 간섬유화는 손상이 반복되는 한 간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흉터 조직은 정상 간세포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섬유화가 넓게 퍼질수록 제 기능을 하는 간 조직이 줄어드는 이유다.

간경변, 간섬유화 진행되어 구조 변형된 상태... "재생, 기능 회복 어려워"
섬유화가 진행돼 간 조직 전반이 굳고 내부 구조가 변형된 상태가 '간경변'이다. 정상 간 조직이 섬유성 조직과 '재생결절'로 대체되는데, 재생결절은 재생 과정에서 생긴 울퉁불퉁한 덩어리를 말한다.

이처럼 구조가 바뀌면 혈액이 간을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간으로 들어오는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는 문맥압항진증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배에 물이 차는 복수나 식도정맥류 출혈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고, 단백질 합성과 해독, 대사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

간경변은 정상 조직이 부족한 기능을 보충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수술 흉터와 다르다. 흉터가 한 부위에만 있으면 주변의 정상 간세포가 커져 기능을 대신할 수 있지만, 간 전체가 굳으면 이 능력도 줄어든다. 정재환 교수는 "간경변이 발생하더라도 간의 재생 능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 간에 비해 효과적인 재생과 기능 회복이 제한된다"며 "간경변이 진행될수록 간세포가 재생되더라도 정상적인 조직 구조와 혈관 배열을 회복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간수치 정상이어도 섬유화 가능... 원인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어
문제는 간섬유화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혈액검사에서 흔히 확인하는 '간수치'도 간세포의 손상과 염증을 주로 반영할 뿐, 흉터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간섬유화는 간이 굳은 정도를 재는 '간탄력도검사' 같은 별도 검사로 평가한다. 음주량이 많거나 지방간·만성 간염이 있다면 간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이런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

다행히 간 손상의 원인을 없애면 섬유화의 진행을 멈출 수 있고, 이른 단계에서는 호전될 여지도 있다. 정재환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간섬유화를 회복하기 어려운 변화로 여겼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원인 질환을 적절히 치료하면 섬유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다만 얼마나 회복되는지는 섬유화 단계와 원인 질환, 치료 시작 시점에 따라 다르다.

알코올 관련 간질환은 금주를 지속하는 것이 우선이다. 금주를 오래 유지하면 일부 환자에서 섬유화와 간 기능이 호전될 수 있다. 지방간질환은 체중을 5% 이상 줄이면 간에 쌓인 지방이 줄고, 7~10% 줄이면 염증이 개선될 수 있다. 꾸준한 체중 감량으로 10% 이상 줄이면 섬유화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과 당뇨병·이상지질혈증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b형간염은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c형간염은 항바이러스 치료로 바이러스를 없애 간 손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장기간 치료한 뒤 이미 생긴 섬유화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간경변으로 진행했더라도 원인을 조절하면 간 기능이 나아지고 병의 진행이 늦춰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정상 간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며, 문맥압항진증이나 간 기능 저하가 심한 경우 회복에 한계가 있다. 정 교수는 "원인 질환이 치료되더라도 이미 진행성 섬유화나 간경변이 발생했던 환자는 간암과 합병증의 위험이 남아 있다"라며, 간경변 환자는 6개월 간격의 간암 감시검사와 함께 간 기능과 합병증을 정기적으로 평가받을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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