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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없으면 치매 위험 높아진다?"... 폭염이 치매 위험 23% 높여
야외 체감온도가 39.4도를 넘는 폭염에 노출된 날이 1년에 며칠만 있어도, 노년기 치매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진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남캘리포니아 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50세 이상 성인 2만 8,512명을 20년간 추적해, 폭염 노출 정도와 치매가 발생의 연관성을 대규모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환자군이 아니라 평범하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일반 노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연구는 폭염이 단순히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을 넘어 치매 발생 자체를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미국의 대규모 노화 코호트 연구 참가자 가운데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추적 기간 동안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50~89세 성인 2만 8,512명을 분석했다. 참가자가 사는 지역의 과거 5년간 날씨 자료를 바탕으로, 체감온도가 32.2~39.3도인 '꽤 더운' 단계와 39.4도 이상인 '매우 위험한' 단계의 폭염일수를 각각 계산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치매 발생 여부를 검증된 전화 인지검사로 확인했고, 나이, 성별, 인종, 학력, 소득, 기존 질환, 거주 지역의 에어컨 보급률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분석 결과, 체감온도 32.2~39.3도인 '꽤 더운' 단계의 폭염은 치매 위험과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 반면 체감온도 39.4도를 넘는 '매우 위험한' 단계의 폭염에 많이 노출될수록 치매 위험은 뚜렷하게 높아졌다. 1년에 이런 폭염일수가 가장 적었던 그룹과 비교하면, 중간 정도로 많았던 그룹은 치매 위험이 14%, 가장 많았던 그룹은 23% 높았다.
이런 위험은 사는 지역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졌다. 폭염 노출이 가장 심한 수준일 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 주민은 그렇지 않은 지역 주민보다 치매 위험이 26% 더 높았고,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지역 주민도 보급률이 높은 지역 주민보다 치매 위험이 20% 더 높았다. 반면 개인의 학력이나 재산, 혼자 사는지 등은 치매 위험과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극단적인 더위가 뇌로 가는 혈류와 산소 공급을 줄이고, 뇌세포에 염증과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더위로 인한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손상시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잉 분비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수면 장애, 탈수, 신체활동 감소 등 더위에 따른 이차적 변화가 더해지면 치매 위험이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꽤 더운' 단계에서는 이런 영향이 나타나지 않다가 '매우 위험한' 단계에서부터 뚜렷해진 이유는, 노화된 뇌가 어느 정도의 더위는 버텨내지만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체온조절 기능 자체가 손상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애리조나 대학교 최은영 연구원은 "야외 폭염은 노년기 치매의 중요한 환경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폭염에 대응할 여건이 부족한 지역의 고령자에게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매 예방 전략을 세울 때 지역별 폭염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여건이 취약한 지역의 주민을 우선적으로 파악해 폭염 대응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outdoor extreme heat-related dementia risk and the role of socioeconomic disparities: evidence from 20 years of data on us older adults: 야외 극한 폭염 관련 치매 위험과 사회경제적 격차의 역할: 미국 노인 20년 자료 분석)는 2026년 10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