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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집단감염 잇따라"... 치료제 없는 신생아 RSV, 놓치면 안 될 신호는?
최근 제주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와 시설 종사자 20여 명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집단 감염되면서 신생아를 둔 가정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rsv 집단감염은 2022년 10건에서 지난해 22건으로 3년 새 두 배 넘게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5건이 보고됐다. 그러나 영유아 대상 rsv 예방 항체주사는 아직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산후조리원 역시 현행법상 소독 의무 대상이 아닌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돼 감염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rsv는 건강한 성인에게는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면역 체계가 미성숙한 영아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에서는 모세기관지염, 폐렴 등 중증 하기도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성인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내기 쉬워, 산후조리원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가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유행 시기인 10월에 접어든 만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홍주희 과장(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과 함께 rsv의 위험성과 고위험군, 놓치기 쉬운 영아의 이상 신호, 산후조리원과 가정에서 지켜야 할 예방 및 관리 수칙을 알아본다.
감기 닮은 초기 증상... 기침 시작 후 3~4일 내 하기도 감염으로 진행
rsv는 초기 증상만으로 일반 감기와 구분하기 어렵다. 특히 말을 하지 못하는 영아는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스스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보호자가 아이의 호흡과 수유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며 감기와 다른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rsv 감염의 초기 증상은 콧물·재채기·미열 등 일반 감기와 유사하다. 그러나 기침이 시작되면 3~4일 이내에 하기도 감염으로 빠르게 진행되어 가래 끓는 소리와 숨 가쁨(쌕쌕거림)이 뚜렷해진다. 야간에 증상이 악화되는데, 기침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홍주희 과장은 "말 못 하는 영아에서 초기에 눈여겨보아야 할 증상이 있다"며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눕히면 심하게 보채거나, 힘차게 울지 않고 가슴에서 그렁거림이 느껴지는 경우, 수유량 급감에 따른 소변량 감소 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무증상 어른이 옮기는 바이러스... 산후조리원은 집단감염 조건 갖춰
산후조리원은 여러 신생아와 산모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설로, 앞선 제주 산후조리원 집단감염에서도 신생아뿐 아니라 시설 종사자까지 rsv에 감염됐다. 신생아를 맡기는 가정이라면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퍼지는지, 산후조리원에서 유독 집단감염이 잘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rsv는 기침·재채기 시 분출되는 비말로 전파되며, 오염된 손·장난감 등 접촉을 통해서도 퍼질 수 있다. 성인이나 산모는 rsv에 감염되어도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감기에 그쳐서, 감염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공동생활 공간에 바이러스를 유입시킬 가능성이 있다.
홍주희 과장은 "산후조리원은 소수 인원이 다수 신생아를 돌보고, 신생아와 산모가 공용 공간·물품을 함께 쓰는 구조"라며"'rsv가 한 번 유입되면 집단감염으로 번지기에 충분한 환경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영아 호흡기... 함몰 호흡·청색증은 즉시 진료 신호
영아의 rsv 감염은 감기처럼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아이가 스스로 상태를 알리기 어려운 시기인 만큼, 보호자는 어떤 상황에서 곧바로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홍주희 과장은 "어린 영아는 rsv 감염 감수성이 높아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영아는 상기도에서 폐포까지 호흡기 구조물 간 거리가 짧고, 기침반사가 약해 분비물 배출이 어렵다"며 "말초기관지(모세기관지) 직경이 2mm 미만이라 염증이 생기면 쉽게 막히는 구조적 취약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 과장은 즉시 진찰이 필요한 위험신호로 △갈비뼈 아래가 쑥쑥 들어가는 함몰 호흡 △6시간 이상 기저귀가 젖지 않는 탈수 △입술·손발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심하게 처지는 증상을 꼽았다.
건강한 만삭아도 입원 흔해... 재감염 잦고 조부모 전파도 위험
rsv는 영아뿐 아니라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에서도 중증 하기도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아를 돌보는 가정이라면 아이 본인의 감염 위험과 함께, 함께 사는 고령 가족으로의 전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홍주희 과장은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만삭아도 앞서 말한 구조적 취약성과 면역계의 미숙함 때문에 rsv에 감염되면 입원 치료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숙아,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만성 폐질환, 면역저하가 있는 영아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rsv는 면역 유지 기간이 짧아 재감염이 매우 흔하고, 생후 24개월까지가 주 감염 시기"라고 설명했다.
조부모가 아이 돌봄을 함께하는 가정이라면 고령 가족의 감염 위험도 살펴야 한다. 홍 과장은 "특히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고령자는 중증 폐렴이나 기저질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치료제 없어 대증치료 중심... 가정에선 습도·수유 관리 필요
rsv에 감염된 아이는 병원에서 증상에 맞는 치료를 받는 동시에, 집에서도 보호자의 세심한 돌봄이 이어져야 한다. 특히 기침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수유를 힘들어하는 영아라면 집 안 환경과 수유 방식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홍주희 과장은 "rsv는 바이러스를 표적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없으므로 해열, 영양과 수액 공급, 네불라이저 치료와 기침약 등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를 하게 된다"며 "가래 배출을 돕기 위해 중력을 이용한 체위배액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치료와 함께 집에서의 돌봄도 이어져야 한다. 홍 과정은 "가정에서는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해 호흡기 점막을 보호하고 차가운 공기를 차단해 주고, 수유가 힘들 때는 따뜻한 물로 코를 자주 씻기고 짧게 나누어 수유한다"고 조언했다.
출생 시기 따라 다른 항체주사 접종... 손 씻기·방문객 제한도 필수
rsv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영유아 대상 rsv 예방 항체주사가 있지만, 국가예방접종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항체주사가 일반 백신과 어떻게 다른지, 언제 맞는 것이 좋은지 미리 알아두면 접종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홍주희 과장은 "일반 백신이 체내에서 스스로 항체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능동면역이라면, rsv 예방 항체주사는 완성된 항체를 직접 투여하는 수동면역 방식"이라며 "면역 형성이 어려운 신생아·영아에게 효과적이며, 투여 즉시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어 "생후 12개월 미만, 특히 신생아에서는 rsv 감염으로 인한 고통을 감안하면 예방 항체주사 접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접종 시점의 경우 rsv 유행 시즌(10월~다음 해 3월)에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 직후, 4월~9월에 태어난 생후 12개월 이하 영아는 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10월경 접종한다. 이미 유행기에 접어든 경우라도 가능한 한 빨리 투여받는 것을 권한다.
백신이나 항체주사와 별개로, 산후조리원 입소를 앞둔 산모나 신생아를 돌보는 가정에서는 일상 속 감염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홍 과장은 "가장 핵심적인 예방 수칙은 신생아 접촉 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다. 또한 산후조리원과 가정 내 방문객을 제한하고, 감기 증상이 있는 가족은 신생아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신생아가 만지는 장난감·젖병은 물론, 문고리 등 접촉이 잦은 공용 물품도 수시로 소독하고 실내 환기를 자주 해 바이러스 밀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