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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발병 초기부터 걸음 느려져... "두 가지 뇌 경로가 원인"
아직 약물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는 진단 직후부터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흐트러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 변화가 도파민 부족과 기억 관련 뇌 영역 위축이라는 서로 다른 두 경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경과 백민석 교수 연구팀은 항파킨슨 약물을 전혀 복용하지 않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122명과 건강한 성인 177명의 걸음걸이를 정밀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도파민 약물이 걸음 패턴에 주는 영향을 배제한 상태에서, 파킨슨병 자체가 보행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2022년 5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새로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항파킨슨 약물을 전혀 복용한 적 없는 환자 122명(평균 나이 69.66세)과 신경학적 이상이 없는 건강한 성인 177명(평균 나이 72.07세)을 모집했다. 모든 참가자는 압력 센서가 내장된 보행판을 걸으며 속도, 보폭, 양발이 동시에 땅에 닿는 이중지지 시간 등 걸음 지표를 측정했다. 파킨슨병 환자는 추가로 뇌 mri로 회백질 부피를, 특수 pet 검사(18f-fp-cit pet)로 선조체의 도파민 농도를 측정했고, 인지기능과 운동증상 정도도 함께 평가했다.
분석 결과, 파킨슨병 환자군은 건강대조군보다 ▲보행 속도 저하(초당 92.13cm→83.25cm, 약 10%↓) ▲보폭 감소(52.44cm→46.44cm) ▲이중지지 시간 증가(0.33초→0.36초) 등의 특징을 보였다. 걸음마다 리듬이 얼마나 들쭉날쭉한지 나타내는 변이도에서도 파킨슨병군의 편차가 유의미하게 컸다.
뇌 영상 분석에서는 서로 다른 두 경로가 확인됐다. 도파민을 만드는 뇌 부위(선조체)의 도파민 농도가 낮을수록 걸음 리듬과 좌우 다리 전환 시간이 흐트러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 연관성은 운동 증상 정도를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유의하게 유지돼, 도파민 농도가 보행 리듬에 독립적으로 기여함을 시사했다. 반면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변연계)의 위축이 보폭에 미치는 영향의 19~50%는 인지기능(moca 점수)이 매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파킨슨병 환자의 걸음걸이 이상이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도파민 경로는 걸음의 리듬에 직접 관여하고 변연계 경로는 인지기능을 거쳐 보폭에 영향을 미치는 '이중 경로' 구조를 갖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변화가 약물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진단 초기 단계부터 확인됐다는 점에서, 정량적 보행 분석이 향후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이나 진행 추적을 돕는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백민석 교수는 항파킨슨 약물의 영향을 배제한 상태에서 파킨슨병 자체가 보행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점에 의미를 뒀다고 전했다. 다만 단일기관에서 진행된 횡단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고, 향후 파킨슨병 전체 스펙트럼과 약물 복용 상태를 포괄하는 종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dual dopaminergic and limbic-cognitive contributions to gait parameters in de novo parkinson disease: 초기 파킨슨병 환자의 걸음 지표에 대한 도파민 및 변연계-인지 요인의 이중적 기여)는 2026년 7월 10일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