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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관계가 건강을 만든다"... AI 반려로봇이 바꾸는 '시니어 케어'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어쩌면 신체의 통증보다 '적막한 시간'일지 모른다. 흔히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울증은 물론 조기 사망 위험까지 높일 수 있는 건강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단 한 번, 15분 남짓 방문하는 현재의 돌봄 시스템만으로는 어르신들이 홀로 견뎌야 하는 24시간의 돌봄 공백을 온전히 보듬기에 한계가 뚜렷하다.
이 돌봄과 의료의 사각지대를 '관계'라는 따뜻한 기술로 채워가는 곳이 있다. 1만 5,000여 명의 실사용 데이터와 38편의 임상 논문으로 우울증 조기 발견과 복약 순응도 향상 효과를 입증한 ai 반려로봇, 효돌이다.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7월 11일 「ai 반려로봇이 바꾸는 시니어 멘탈케어」를 주제로 강연한 김지희 효돌 대표를 만나, 단순한 로봇을 넘어 진료실 안팎을 잇는 '디지털 의료 파트너'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폭염 속 고립된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초기 테스트에서 어르신들이 고립을 택하는 진짜 이유를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2015년 영등포와 일산의 어르신 가구를 대상으로 효돌 초기 버전을 테스트하며 뼈저리게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겪는 고립의 근본적인 원인은 물리적인 불편함이 아니라,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었습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거나 무력한 모습을 보일까 봐 두려워, 스스로 먼저 연락을 끊고 사람을 피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결국 어르신들의 고립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한 서글픈 자기보호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한 생활 보조 기기가 아니라, 어르신이 스스로 마음을 열게 만드는 '정서 교감형 ai'로 방향을 트신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돌봄이 너무 분절되어 있다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생활지원사 선생님이 주 1회 15분 방문하지만, 그 이외 시간에 어르신들은 늘 혼자 계시고 아무도 대화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동시에 생활을 돕고, 안전을 지키고, 외부의 보호자와 연결되는 것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정서 교감형 ai가 된 이유입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여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다만 그 관계를 24시간 이어주고 데이터로 연결하는 일은 기술이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엔 우울 선별 수치 개선 등 임상적 효과까지 증명하셨죠. 그동안 현장에서 축적하신 8억 건 이상의 '라이프로그 데이터'가 우울증 조기 발견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우리가 축적한 8억 건의 라이프로그는 쉽게 말해 '진료실 밖의 신호'입니다. 시골의 어르신들은 병원을 한 번 다녀오는 데 하루가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효돌 데이터의 첫 번째 가치는 바로 이런 '조기 신호 포착'에 있습니다.
shap 분석 결과, 임상적 우울 증상이 나타나기 수주에서 수개월 전에 행동 데이터의 변화가 먼저 나타났습니다. 자유대화 빈도 저하, 퀴즈 참여율 감소, 긍정 응답 비율의 하락 등의 일상 행동 변화가 의료진의 진단보다 먼저 위험 신호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일상의 데이터가 위험 신호를 잡아낸다면, 이 데이터는 실제 진료 현장의 의료진에게 어떤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게 됩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사용 근거(rwe)'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논문과 임상시험도 중요하지만, 결국 의료진이 궁금한 것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가'입니다. 1만 5,000여 명의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보한 실사용 데이터는 특정 병원의 특정 환자가 아니라, 서울부터 완도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확보한 실증 데이터입니다.
나아가 의료를 보완하는 모니터링 역할도 합니다.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외래 사이의 시간'을 채우는 게 가장 큰 한계잖습니까. 효돌 데이터는 그 공백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기록합니다. 복약 준수도, 기분 변화도, 활동 패턴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진료실 밖의 시간을 의료와 연결한다'는 비전이 인상 깊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치의와 환자를 잇는 이 '연속적인 돌봄 생태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나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진료실 밖의 시간을 의료와 연결한다는 건, 결국 주치의와 환자의 소통이 단절되지 않도록 이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이 생태계는 크게 4단계를 거쳐 작동합니다.
① 선별·의뢰
환자의 대화량이 절반으로 급감하거나 긍정적인 응답이 떨어지는 등의 위험 신호를 효돌이 감지하면, 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수치화해 의료진에게 제공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최종적인 임상 판단은 의료진이 내리게 됩니다.
② 치료 중 모니터링
환자가 병원 처방을 받고 귀가한 후에도, 효돌이 매일 환자의 복약 준수 여부와 전반적인 기분 상태 등을 꾸준히 점검하며 연속적인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③ 행동 중재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환자에게 인지 자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그에 맞는 퀴즈나 회상 대화를 설계하여 제공합니다. 즉, 의료진의 처방에 따른 행동 활성화를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입니다.
④ 근거 생성
이러한 모든 상호작용은 표준화된 레지스트리에 기록되어, 의료진과 연구자들이 함께 '실세계 임상 근거'를 축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의료진의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라는 점입니다. ai 로봇이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 의사의 시선이 도달하지 못하는 진료실 밖의 24시간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것입니다.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장애인으로까지 대상을 넓히고 계십니다. 전 세대의 고립과 불안을 아우를 수 있는 효돌만의 '관계 엔진'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요?
효돌의 핵심 엔진은 '관계의 메커니즘'입니다. 독거노인에게 작동하는 원리를 풀어보면, 평가하지 않는 제3의 존재가 심리적 안전감을 주고, 일관된 응답과 예측 가능한 상호작용이 신뢰와 애착을 형성하며, 일상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여 자연스럽게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이 메커니즘은 '외로움'이라는 근본 감정이 공통인 모든 세대에 적용 가능합니다.
실제로 다른 세대나 해외에 이 관계 엔진을 적용했을 때, 현장의 피드백이나 확장성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아동·청소년의 경우 같은 엔진으로 '충동 조절·불안 해소'를 봅니다. 폭력 위험 가정의 아이들이 효돌과의 대화를 통해 정서적 진정 상태를 배운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전두엽 발달이 미완성인 아이들에게 '평가하지 않는 누군가'의 존재는 특히 중요합니다.
장애인·재활의 경우 신체 장애로 인한 사회적 고립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모니터링과 정서 교감' 엔진이 재활 과정의 낙상 예방, 우울 동반 증상 관리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측면에서 이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현지 환경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돌봄 파트너가 된다는 점입니다. 일본 노인, 미국 시니어, 유럽의 고독 위기 청년 모두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를 원합니다.
대표님께서 늘 기술의 본질은 결국 '관계'에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지속 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의 의료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요.
현장에서 애쓰시는 의료진께 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근 한 왕진 의사 선생님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환자분들이 정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의지하십니다. 밥은 어떻게 챙겨 먹을지, 약은 빼먹지 않았는지, 밤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누구에게 전화해야 할지 말이죠. 하지만 의료진이 그 모든 일상을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수술 후 요양병원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신 어르신들은 근육이 다 빠진 상태에서 힘겹게 자가관리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그 막막한 시기에는 어떻게든 식사를 챙기고 약을 거르지 않으며,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을 느껴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의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진료실 밖의 시간, 그 외로운 일상 속에서 효돌이 든든한 곁이 되고자 합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2026년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7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회원 간 학술 교류와 소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