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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의 진짜 위협은 혈관 손상... 치매·암 위험까지 높인다 ④ [당뇨병 체크아웃]
550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당뇨병을 앓으면서, 당뇨병은 이제 '국민병'이라 불릴 만큼 흔한 질환이 됐다. 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관리의 중요성을 놓치기 쉽다. 상당 기간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혈당이 조금 높은 상태로 여기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 수치가 높은 병이 아니다. 오랫동안 높게 유지된 혈당은 혈관을 손상시키고, 그 영향은 눈과 콩팥, 신경, 심장과 뇌, 발끝에 이르기까지 전신으로 퍼진다. 당뇨병의 진짜 위협은 혈당 문제보다, 고혈당이 불러오는 합병증에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당뇨병을 '전신 질환'이나 '혈관병'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병'이라는 별명이 당뇨병의 높은 유병률을 보여준다면, '혈관병'이라는 표현은 이 질환이 왜 결코 가볍지 않은지를 일깨운다. 당뇨병 합병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 대한당뇨병학회 간행이사 노정현 교수(인제의대 일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와 함께 당뇨병 합병증의 정체와 예방법을 하나씩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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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당뇨병 아니라고 안심?... 국민 41% 빠진 '당뇨병 전단계', 위기일까 기회일까 ③ [당뇨병 체크아웃]
전실질환 당뇨병, 왜 '혈관병'일까?
당뇨병이 '전신 질환'으로 불리는 이유는 혈당이 높은 상태 자체가 전신의 혈관과 장기를 직접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노정현 교수는 "당뇨병은 혈관, 심장, 콩팥, 간, 신경계 등 전신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전신 대사질환"이라며 "만성적인 고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이 여러 기전을 통해 전신 혈관과 장기 기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 출발점은 혈관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혈관 내피세포'다. 정상 혈관 내피는 혈류를 조절하고 염증과 혈전 생성을 억제하지만, 고혈당이 오래 지속되면 이 균형이 무너진다. 노 교수는 "혈액 속 포도당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활성산소가 과다 생성돼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과잉 포도당이 단백질·지질과 결합해 만들어진 최종당화산물(ages)이 혈관벽에 쌓이면 염증과 섬유화를 촉진해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혈관을 확장시키는 산화질소 생성까지 줄면서 혈관이 수축하여 혈류가 나빠지고 동맥경화가 가속화된다. 특히 이러한 손상은 혼자 오지 않는다.
노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이 매우 흔하게 동반되는데, 이 위험인자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혈관 손상을 더욱 가속화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지방간, 비만, 만성콩팥병, 심장질환이 공통된 대사적 기반을 공유하는 '심장-콩팥-대사증후군'이라는 연속선상의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삶의 질 급격히 떨어뜨리는 '미세혈관 합병증'
당뇨병의 대표적인 미세혈관 합병증은 망막병증, 콩팥병증, 신경병증 세 가지다. 모두 작은 혈관이 손상되며 발생하고,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 망막병증은 빛을 감지하는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진행되면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진다. 노정현 교수는 "황반부종이 생기면 중심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더 진행하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 유리체출혈이나 망막박리로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며 "다만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조기 치료로 상당 부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콩팥병증은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의 사구체 미세혈관이 망가지는 합병증으로, 가장 이른 신호는 소변에서 알부민이 검출되는 알부민뇨다. 진행되면 부종과 고혈압이 나타나고 결국 말기콩팥병으로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노 교수는 "신경병증은 고혈당에 의해 신경의 기능이 떨어지는 합병증으로, 가장 흔한 형태인 원위부 대칭성 다발신경병증은 발끝과 발바닥부터 저리고 화끈거리는 증상으로 시작돼 밤에 심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진행되면 통증보다 감각 소실이 더 문제가 된다"며 "상처가 생겨도 느끼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면 족부궤양과 심한 경우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신경이 손상되면 기립성 저혈압, 위장운동장애, 배뇨장애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 환자 사망의 진짜 원인... '대혈관 합병증'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는 심장과 뇌의 큰 혈관에 생기는 대혈관 합병증이다. 대표적으로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이 있으며, 최근에는 심부전도 중요한 심혈관 합병증으로 꼽힌다. 노정현 교수는 "당뇨병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심혈관 위험인자이지만, 실제로는 고혈압·비만·이상지질혈증 같은 위험인자가 동시에 존재하며 상호작용해 위험을 더욱 키운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치에서도 그 위험성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노 교수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위험은 비당뇨인보다 약 2~4배 높고, 허혈성 뇌졸중은 2배 이상, 말초동맥질환도 2~4배 증가한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는 자율신경병증 탓에 전형적인 흉통 없이 나타나는 무증상 허혈이 있을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심부전에 대해서는 "당뇨병은 죽상동맥경화뿐 아니라 직접적인 심근 손상으로 심장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이를 당뇨병성 심근병증이라 한다"며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보다 심부전 발생 위험이 약 2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뇨병 치료의 목표도 단순 혈당 조절을 넘어 심장과 신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치매·지방간·암까지... 당뇨병의 '숨은 합병증'
당뇨병은 전신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질환과 연관된다. 최근 당뇨병이 노화와 만성 염증을 촉진하는 전신 질환이라는 개념이 강조되면서, 비교적 덜 알려진 합병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매다. 노정현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혈관성 치매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높은데, 인슐린이 뇌 기능과 기억 형성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부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을 '제3형 당뇨병'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간도 밀접해, 2형 당뇨병 환자의 약 55~75%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을 동반하며 일부는 간섬유화·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밖에 간암·췌장암·대장암 등 일부 암, 치주질환, 남성 발기부전도 연결된다.
특히 치주질환은 양방향으로 작용하는데, 노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치주염 위험이 높은데, 반대로 심한 치주질환은 씹는 기능을 떨어뜨려 혈당 조절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발기부전에 대해서는 "당뇨병 환자에서 훨씬 흔하며, 이미 전신 혈관 기능 이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심혈관질환의 초기 경고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폐렴·요로감염 등 감염 위험 증가, 근감소증, 골절, 우울증까지도 당뇨병과의 연관성이 연구되고 있다.
'증상 발생 전' 미리 평가하고 대비해야... '혈당'에서 '혈관' 관리로 치료 패러다임 전환
당뇨병 합병증의 가장 큰 문제는 상당수가 초기에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노정현 교수는 "시력 저하, 단백뇨, 발 저림, 흉통 같은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핵심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 원칙은 진단 직후부터 합병증 평가를 시작하는 것이다. 노 교수는 "2형 당뇨병은 진단 이전부터 수년간 고혈당이 지속된 경우가 많아 진단 시점에 이미 합병증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혈당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눈, 신장, 신경, 심혈관 위험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교수는 "현대의 당뇨병 치료는 '혈당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에서 '환자의 심장, 신장, 간,혈관 등의 장기들을 얼마나 오래 보호할 것인가'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합병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대신 적극적인 예방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노 교수는 "당뇨병 합병증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개입할 기회가 충분히 많다"며 "당뇨병은 두려워할 질환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조절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오늘의 작은 실천이 미래의 삶의 질과 건강수명을 결정하는 가장 소중한 투자"라고 전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550만 명을 넘어선 지금, 당뇨병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됐다. 이에 하이닥은 대한당뇨병학회와 함께 심층 기획 시리즈 〈당뇨병 체크아웃〉을 마련했다.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효과적인 관리 전략까지,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고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담았다. 이 시리즈가 당뇨병과 씨름하는 이들에게 일상을 지키는 길잡이가 되어, 언젠가 당당히 '체크아웃'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