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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왼쪽으로 돌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반시계 방향'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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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넓은 공간에서 걸을 때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나바라대와 일본 도쿄대 등 공동연구팀은 스페인과 일본에서 진행한 보행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이동 방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이 현상이 군중 속 상호작용 때문이 아니라, 개인이 가진 고유한 보행 편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스페인과 일본에서 각각 수백 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탁 트인 공간과 원형 구역에서 이동 경로를 분석했다. 연령층은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했다. 분석 결과 나라를 불문하고, 참가자들은 국적과 공간 구조, 군중 밀도와 관계없이 반시계 방향(counterclockwise·ccw)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반복적으로 보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단순한 사회적 규칙이나 우연이 아니라 인간 보행에 존재하는 '비대칭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한쪽 방향을 더 선호해 움직인다는 의미다.

스페인에서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반지름 5m 원형 공간 안을 자유롭게 걷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을 때, 참가자들은 각각 오른쪽으로 도는 성향(rt) 또는 왼쪽으로 도는 성향(lt)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실제 군중 움직임은 개인 성향과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반시계 방향을 나타냈다. 심지어 참가자 전원이 오른쪽 회전을 선호하거나, 모두 왼손잡이인 조건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람들의 회전 방향을 '집단 편향도(m)'라는 지표로 측정했다. 값이 0보다 크면 반시계 방향, 0보다 작으면 시계 방향 움직임을 뜻한다. 대부분 실험에서 m 값은 약 0.2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참가자 다수가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의미다. 특히 참가자가 많을수록 결과의 변동 폭이 줄어들어, 반시계 방향 움직임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연구팀은 벽이나 공간 구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빼놓지 않았다. 이를 위해 벽이 없는 스페인 학교 운동장에서 13~14세 청소년 107명을 대상으로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개방된 공간에서도 반시계 방향 움직임이 유지됐다. 연구팀은 "벽이나 장애물이 없어도 같은 방향성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공간 구조 자체가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실험은 일본에서 진행됐다. 일본은 보행 시 사람을 피할 때 왼쪽으로 비켜가는 문화가 강한 나라다. 연구팀은 만약 사람들끼리 서로 피하는 행동 때문에 반시계 방향 이동이 생긴다면, 일본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일본 참가자들 역시 동일하게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였다.

특히 일본 유치원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약 5세 아동들이 더욱 강한 반시계 방향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대부분 아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어린아이들이 주변 친구의 행동을 쉽게 따라 하는 경향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200명 이상의 참가자를 한 명씩 혼자 걷게 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혼자 있을 때도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연구팀은 통계 분석 결과 이 경향이 우연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손잡이, 발잡이, 눈 우세성(주로 사용하는 눈), 성별에 따라서도 큰 차이는 없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이케르 수리구엘(iker zuriguel) 스페인 나바라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군중 행동이 단순히 사람들 간 상호작용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개인의 작은 보행 편향이 모이면 군중 전체의 움직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individual locomotor bias drives counterclockwise motion in pedestrian crowds: 개인의 운동 편향이 보행자 무리의 시계 반대 방향 움직임을 유발한다)는 2026년 6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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