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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부터 치료 과정까지 살피는 AI"... 김현정 교수가 그리는 미래 피부과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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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진료실에서 의사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사실 병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이의 시간'이다. 진료실 밖에서 환자가 얼마나 병변을 앓았는지, 약을 제때 발랐는지, 어떤 날 증상이 심해졌는지는 짧은 진료 시간 안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해 ai를 끌어들인 피부과 의사가 있다. 환자의 일상 기록과 진료 데이터를 하나로 엮어 '진단하는 ai'가 아닌 '환자의 시간을 기억하는 ai'를 만들고 있는 피부과 김현정 교수(가천대 길병원 피부과)다.

김현정 교수는 오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피부과학과 인공지능: digital skin health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학술대회를 앞두고 만난 그는 "ai가 의사를 대체하는 시대가 아니라, ai가 확보해 준 시간을 환자와의 대화에 돌려주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게 데이터와 ai가 만들어갈 피부과 진료실의 변화를 미리 들어보았다.

한국여자의사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연자로 나서시는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제게는 무척 각별한 자리입니다. 시할머님이시자 한국여자의사회 초대 회장이셨던 고(故) 손치정 박사님께서 남기신 "네 역량은 세상을 위한 연구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부가 지금껏 제 의사 생활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50주년 행사에 시할머님을 모시고 참석한 지 20년이 지나, 이번에는 제가 연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여자의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이곳이 여성 의사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을 논의하는 중요한 플랫폼임을 몸소 배웠습니다. 이번 70주년은 선배 여성 의사들이 닦아온 길 위에서, 우리 세대가 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미래 의료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선언의 자리라는 점에서 벅찬 책임감과 영광을 느낍니다.

예전엔 "ai가 의사를 대신해 정답을 알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그 역할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셨어요. 실제 피부과 진료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나요?
ibm 왓슨이 등장하던 시기의 기대는 "ai가 의사를 대체하고 정답을 제시할 것"이라는 데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임상 현장이 ai에 요구하는 역할은 '판단의 대체'가 아니라 '판단의 확장'으로 옮겨왔습니다. 지금 현장이 원하는 것은, 제한된 진료 시간 안에서 환자의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 주고 의료진의 판단을 넓혀 주는 도구로서의 ai입니다.

피부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관심의 축이 '한 장면의 진단'에서 '환자의 시간 전체'로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병변 이미지를 얼마나 정확히 판독하느냐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환자가 일상에서 겪는 증상과 경과, 삶의 질까지 함께 다루는 예후·경과 관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ai가 진단 정확도를 겨루는 단계를 넘어, 실제 진료의 흐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지난 10년의 가장 큰 변화라고 봅니다.

지금 개발 중인 '중증 아토피피부염 예후관리 서비스'는 환자가 집에서 기록한 증상을 활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정보가 쌓이면 진료실에서 의사의 판단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나요?
저희가 개발 중인 예후관리 서비스는 환자가 일상에서 기록한 증상, 가려움, 약물 투여, 부작용, 생활환경 변화 같은 정보를 ai가 정리하고, 의료진이 진료 전에 핵심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진료실에서 짧은 시간에 재구성하기 어려웠던 '지난 몇 주 동안의 환자'가 눈앞에 정리되어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환자보고결과가 통합되면 의사결정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집니다.

진료실에서 순간적으로 관찰한 정보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환자의 일상 경과라는 맥락 위에서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다만 저는 ai를 잘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것이 환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기능인지,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스템을 한 번 만들어 배포 후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평가-반영-모니터링이라는 순환 구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정도의 아토피피부염이라도 환자마다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나 힘든 정도가 다 다른데요, 기존 ai는 이런 환자별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놓치기 쉬운가요?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같은 중증도 점수를 갖고 있어도 임상적으로 매우 다릅니다. 얼굴과 목 병변이 중심인 환자, 전신 태선화와 심한 가려움이 중심인 환자, 손 습진이 동반된 환자는 치료 전략도,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결도 전혀 다릅니다. 단순한 점수 기반의 ai는 이런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결국, ai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환자를 여러 층위로 이해해야 합니다. 질환 표현형과 병변의 위치, 삶의 질, 그리고 과거의 치료 경험까지 함께 학습해야 비로소 임상의가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판단 근거가 됩니다.

환자가 적어낸 증상 기록, 병원 진료기록, 사진, 진료 가이드라인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를 하나로 합쳐 '초진 차트'를 만들고 계신데요. 의사들이 이 정보를 믿고 쓸 수 있으려면 어떤 확인 과정이 필요했나요?
환자보고결과, 전자의무기록(emr), 이미지, 전문의 지식, 임상 가이드라인은 형식도 성격도 전혀 다른 데이터입니다. 이를 하나로 통합해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기술적 결합 그 자체보다, 통합된 결과를 의료진이 신뢰할 수 있는가를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요약해도,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진료 현장에서 쓰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스템을 한 번 만들어 배포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가-반영-모니터링이라는 순환 구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 경험에서 출발한 요구를 기능으로 구현하고 전문의가 그 결과를 실제 사례에서 평가하며, 사용 과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다시 개선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 순환을 통해 데이터 통합의 정확성과 임상적 신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ai가 정보 수집과 정리에 드는 시간을 줄여준다면, 그렇게 확보된 진료 시간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어야 할까요?
초진 환자의 과거 기록과 치료 이력, 동반질환, 이전 부작용, 현재 증상과 환자 보고 데이터를 구조화해 핵심 요약으로 제공하면, 의료진이 반복적인 정보 수집에 쓰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효율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정보 정리에 드는 시간을 줄여 준다면, 그렇게 확보된 시간은 반드시 환자와의 대화와 임상적 판단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환자가 더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고, 의료진이 그 이야기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진료, 결국 ai가 만든 여유가 더 빠른 진료가 아니라 더 인간적인 진료로 환자에게 되돌아가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방향입니다.

이번 강연에서 소개하실 '피부 건강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만들고 계신 예후관리 서비스와 초진 차트 지원 시스템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도 함께 설명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 피부 건강의 지향점은 분명합니다. 의료 ai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빠른 진료가 아니라 더 깊은 진료, 더 정확한 진료여야 합니다. 진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경과와 예후, 그리고 삶의 질까지 이어지는 관리, 즉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고 디지털 전환이 오히려 환자와 의료진을 더 가깝게 연결하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환자보고결과와 emr, 이미지, 전문의 지식, 임상 가이드라인을 통합해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예후관리 서비스와 초진 차트 지원 시스템을 임상 현장에서 검증한 경과와, 평가-반영-모니터링 순환을 통해 신뢰성을 다져 나가고 있는 다음 단계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피부과학과 인공지능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연자로 나서시게 되었습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임상 현장의 동료 의료진과 ai 연구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환자의 목소리가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다시 더 나은 진료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환자의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 의료진의 판단을 확장하는 도구입니다. 동료 의료진과 연구자들이 기술의 성능만이 아니라 환자에게 실제로 필요한가, 현장에서 신뢰하고 쓸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제가 이끌어가고자 하는 목표는,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고 오히려 환자와 의료진을 더 가깝게 연결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의 과제는 디지털 전환을 더 인간적인 진료로 이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 여성 의사들이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전문직의 길을 개척해 주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만큼, 이제는 임상과 연구, 교육,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에서 그 책임을 이어받아 더 정확하고 더 인간적인 진료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소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2026년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7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회원 간 학술 교류와 소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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