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점심시간 없이 진료) 수요일, 일요일,공휴일 : 휴진
"붙이기만 해도 비타민 흡수?"... 비타민 패치, 먹는 것보다 효과적일까 [팩트진찰대]
알약 대신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비타민 패치'가 sns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장 부담 없이 흡수율이 높다', '먹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광고 문구가 소비자의 기대를 키우는 모양새다. 그러나 비타민이 피부 장벽을 넘어 혈액에 충분히 도달하는지, 경구 섭취보다 나은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문구만 믿고 필요한 검사나 보충을 미루는 일도 우려된다. 전문의 자문으로 비타민 패치의 흡수 가능성과 안전성, 올바른 보충법을 짚어봤다.
팩트진찰① 비타민 성분, 진짜 피부로 흡수될까?
패치로 붙인 비타민이 혈액에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흡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봉아라 원장(리셋의원)은 "피부 경로는 경구 섭취와 달리 흡수량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효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패치 성분이 흡수되려면 피부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을 통과해 표피와 진피에 도달한 뒤, 모세혈관이나 림프관을 거쳐 전신 순환에 합류해야 한다. 먹는 영양제가 위에서 분해돼 주로 소장에서 흡수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로다. 문제는 각질층이 매우 강력한 방어막이라는 점이다.
피부과 전문의 문성혁 원장(유앤아이피부과의원)은 "각질세포가 벽돌이고, 그 사이를 지질층이 시멘트처럼 빽빽하게 메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주는 훌륭한 장벽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피부에 바르거나 붙인 물질의 침투도 방해받는다"라고 덧붙였다. 비타민 종류별로 보면 한계는 더 분명하다. 문 원장은 "비타민 b는 수용성이고, 특히 b12 같은 고분자는 경피 침투가 굉장히 떨어진다"라고 했다.
비타민 c도 수용성인 데다 산화 안정성 문제가 있어 침투가 쉽지 않다. 문 원장은 "비타민 b·c는 수동확산이 거의 불가능하고, 지용성인 비타민 d만 상대적으로 가능한 편이지만 전신 흡수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라고 정리했다.
팩트진찰② 오래, 많이 붙일수록 효과 크다?
'붙이기만 하면 되니 부담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사용이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문제다. 봉아라 원장은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여러 장을 한꺼번에 붙이면 성분에 따라 과잉 섭취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먹는 영양제와 성분이 겹친다면 용량을 합산해서 계산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오래, 많이 붙인다고 효과가 커지는 것도 아니다. 흡수가 늘어나는 조건은 곧 자극 위험이 커지는 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성혁 원장은 "피부염이나 염증으로 장벽이 손상되면 흡수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자극이 될 가능성이 높고, 흡수도와 상관없이 손상된 피부에 패치를 붙이는 것 자체가 자극이 될 수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피부에서도 부착 시간이 길어지면 흡수와 함께 자극 위험이 커지므로 제품별 권장 시간을 지켜야 한다. 문 원장은 "흡수가 잘되는 모든 조건은 조금만 과해도 자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패치 부작용은 드물지 않다. 문 원장은 "아주 드물게 보는 증상은 아니다"라며 "대부분은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제품을 써보기 전에는 알레르기 여부를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 번이라도 발진이 생겼다면 재사용 시 더 심해질 수 있어 다시 쓰지 않아야 한다. 민감성 피부나 아토피피부염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가렵거나 붉어질 때 바로 중단해야 한다.
"패치가 낫다? 과장된 표현"... 흡수장애에는 주사·경구 치료가 효과적
패치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화 과정에서 비타민이 파괴되니 패치가 낫다'는 논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을 그었다. 봉아라 원장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대부분의 비타민은 위산이나 소화효소에 의해 파괴되기보다는 방출·분해되어 흡수 가능한 형태로 처리된다"라며 "경구 비타민은 결핍 교정에서도 잘 확립된 여러 근거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광고에서 자주 거론되는 비타민 b12의 흡수 과정만 살펴봐도 이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 속 b12는 단백질에 결합된 상태라 그대로는 흡수되지 않는다. 위산과 소화효소가 단백질에서 b12를 먼저 분리해야 하고, 분리된 b12는 위에서 분비되는 '내인자'와 결합해야만 소장 끝부분에서 흡수될 수 있다. 소화 과정은 비타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주는 과정인 셈이다.
그렇다면 위 절제술을 받았거나 악성빈혈, 중증 흡수 장애로 영양제 흡수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패치가 대안이 될까. 전문의의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봉 원장은 "이런 경우 패치보다는 근육주사나 고용량 경구 치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며 "피부는 흡수 기관이 아니라 외부 물질의 침투를 막는 방어 기관이기 때문에, 경피 흡수가 경구 섭취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니코틴·호르몬 패치처럼 효과가 입증된 패치와 비타민 패치를 같은 선상에 놓아서도 안 된다. 문 성혁 원장은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의약품이 다단계 임상시험으로 효능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받은 제품이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의약품도 부작용이나 자극감이 생길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과 주의 사항의 통계가 충분히 쌓여 있는 반면, 일반 비타민 패치는 부작용의 정도나 빈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니코틴·호르몬 패치는 지용성이면서 분자 크기가 작아 애초에 각질층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다르다.
결핍 증상 있다면, 자가 치료 말고 진료받아야
피로, 어지러움, 손발 저림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비타민 결핍으로 단정하고 패치로 자가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봉아라 원장은 "이런 증상은 비타민 결핍 때문일 수도 있지만 빈혈, 갑상선질환, 심장·신경계 질환, 철분 결핍 등 원인이 다양하다"라며 "자가 치료를 하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먼저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 당부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 손발 저림이 양쪽으로 진행하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경우
- 걸을 때 중심을 잡기 어렵거나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자주 넘어지는 경우
- 시야 흐림, 시야 결손, 복시 등 시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 심한 어지러움, 실신, 흉통, 호흡곤란, 심한 두통이 있는 경우
- 검은 변, 혈변, 지속적인 구토, 체중 감소가 있는 경우
결핍 증상이 없는 일반 성인이라면 음식으로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봉 원장은 "다양한 채소, 과일, 곡물, 콩류 등을 통한 섭취가 충분히 이뤄지는 것이 더 좋다"라며 "비타민을 보충할 때는 중복 성분을 피하고 권장 섭취량을 준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꼭 써야 한다면? 성분 살피고 사용법 지켜야
그럼에도 패치를 쓰고 싶다면 성분과 사용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봉아라 원장은 어떤 성분이 1회·1일 기준으로 얼마나 들어 있는지, 어느 부위에 얼마나 오래 붙이는지, 어떤 제품 분류로 판매되는지를 살펴보라고 권했다. 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화장품·의약품 중 무엇이냐에 따라 허용되는 표현과 관리 수준이 달라, 광고 주장의 근거와 관리 기준도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용 요령도 있다. 문성혁 원장은 부작용이 생겨도 불편함이 적은 부위로 상완 안쪽, 옆구리 쪽 하복부, 평평한 등 측면을 추천했다. 얼굴과 목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부착 시간과 교체 주기는 제품의 종류·농도·형태에 따라 다르므로 제조사 권고 지침을 따르는 것이 우선이다. 처음 사용할 때는 권장 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하고, 아토피 피부염이나 민감성 피부라면 1시간을 넘기기 전에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붉어지거나 가벼운 가려움이 있으면 즉시 사용을 멈춰야 한다. 부종이나 물집이 생기거나 참기 어려울 만큼 가렵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결국 비타민 패치는 '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편리함이 장점일 뿐, 먹는 영양제보다 낫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며 결핍이 의심된다면 광고 문구가 아니라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입을 모았다.